2021년 방영된 미스터리 스릴러 마인(MINE)은 한국의 상류층 재벌가를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단순한 권력 다툼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계급주의와 가부장제를 해체하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상류층이란 환상을 정교하게 해부합니다.
아래는 마인이 어떻게 입체적인 구조를 통해 상류층의 허상을 무너뜨리는지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1. 며느리들의 성장 서사를 중심에 둔 페미니즘적 구조
이 드라마의 핵심은 남성 후계자들이 아니라, 두 명의 며느리 서희수와 정서현입니다. 그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 저항하고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아가는 인물로, 극의 주도권을 쥐고 변화의 주체가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은 한국 드라마의 전통적인 '가문 중심' 서사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마인은 '태생'이 아닌 '선택과 성장'을 통해 가문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2. 갈등이 아닌 연대를 택한 가족 구조의 전환
기존의 가부장적 드라마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갈등, 여성들 간의 질투가 중심축으로 그려졌지만, 마인은 이를 완전히 뒤엎습니다. 여성 인물들 간의 연대와 지지를 중심에 두고, 가족 구조 내 권력 관계를 새롭게 재편합니다.
서희수, 정서현, 이혜진이 보여주는 여성 간의 신뢰와 협력은 기존의 '여성은 여성의 적'이라는 구도를 깨고, '연대는 곧 권력'임을 입증합니다.
3. 효원저택이라는 공간의 상징성
이 드라마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특히 집안의 중심부인 ‘계단’은 인물 간 권력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 됩니다. 누군가가 내려가고 다른 인물이 올라가는 순간, 시청자는 그 위치 변화만으로도 관계의 역전과 긴장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인은 공간 연출을 통해 계급과 권력의 유동성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4.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비정형 가족 구조의 확장
마인은 단지 여성 중심의 구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친모, 계모 모두를 모성의 주체로 다루며, 가족의 형태를 다양하게 인정합니다. 또, 정서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동성애자도 가족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이는 혈연과 이성애 중심의 전통적 상속 구조를 전복하며, 진정한 ‘내 것(Mine)’이란 피가 아닌 정체성과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결론
마인은 겉으로는 화려한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상류층의 신화를 해체하려는 정교한 구조가 숨겨져 있습니다. 상징적 공간, 페미니즘 서사, 그리고 자기서사의 재정의까지—이 드라마는 진정한 유산이란 ‘피’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